안녕하세요!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된 치악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웹툰/웹소설 독립연재 플랫폼인 딜리헙으로 가보려 합니다.
딜리헙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극ㅇ왕생처럼 모두가 알만한 작품을 추천하면 재미 없잖아요? 여러분께 새로운 만남이 되길 기대하며 준비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극락ㅇ생을 안 본 분이 있다면 지금 당장 보기로 해요)
오늘 하루도 숨가쁘게 달려오셨을 여러분께 휴식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 이번 주제는 ‘힘빼기’로 잡아보았습니다. 근육도 이완을 해야 다시 수축할 수 있는 것처럼, 쉬어가는 건 아주 중요하니까요.

Alfie <피의 계약자>
<피의 계약자>는 인간의 영혼을 얻기 위해 피로 계약을 하는 악마 민지와 그 계약자 지연, 지연의 친구이자 민지에게 계약을 종용당하는 현수 등 악마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웹툰입니다.
무시무시한 제목과 다르게 편안하게 그은 선들처럼 이 웹툰은 자유분방한 개그 스타일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그것도 여자들만이 웃을 수 있는 개그. 소중. 정혈(생리)컵을 잘못 끼워서 피칠갑이 된 타이밍에 액체 상태의 피의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악마가 찾아온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은 아무래도 여자만이 하고 여자만이 웃을 수 있는 편이죠.
악마라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가사도우미로 쓰고 있는 여성, 지연.
피의 저주를 받아봤자 정혈컵에서 정혈이 새는 게 고작인 여성, 현수.
그리고 깽값 물어주기가 특기고 악마까지 (스포일러)해버리는 여성, 하늘까지.
여기 나오는 여성들은 다들 무서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밀린 설거지에서 생겨난 구더기, 정혈용품이 없을 때 갑자기 시작한 정혈, 그리고 명절을 빼면요.
그전에 이 악마들, 정말 무시무시한 존재가 맞는 걸까요? 술 퍼마시며 커리어를 걱정하고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지방발령에 위기를 느끼기도 하는, 이름조차 민지와 초롱이처럼 너무 익숙한 존재들. 어쩌면 이들은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피의 계약자>는 일상의 소재를 비일상적으로 비틀어서 웃음을 유발하는 솜씨가 민지의 김장 솜씨만큼 기가 막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보면서 한참을 웃다보면 이상하게 위로가 됩니다. 여기 나오는 인물(과 악마들)처럼 모두 부족하거나 힘든 면이 있어도, 서로가 함께 하면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생긴다는 것을 이 만화의 존재 자체가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과연 현수는 민지의 영업에 넘어갈 것인가 아닐 것인가! 5천원 이상 후원하고 등급을 신청하면 시즌1 전 화를 볼 수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우듬지 <하씨자매전>
<하씨자매전>은 현대의 대구에 살고 있던 자매, 하여라와 하리라가 시간을 넘어 과거의 독립운동을 하고 있던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읽다보면 대사 하나하나, 그림 한컷한컷 허투루 배치하지 않은 것 같은 섬세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이야기는 1937년, 여학교에서 만나 독립에의 열망을 갖고 모인 학생 비밀 결사대, 월운회 멤버들의 대화에서 시작합니다.
“요새 조선 사람들이 눈에 띄게 지쳤다.”
“뭐 우리끼리 모여서 독서만 백날 하다가 치울 끼가?”
“우리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나…?”
거의 백년 가까이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사들이지만 기시감이 느껴졌는데요, 생생하게 재현한 사투리도 생동감을 더해주지만, 조선의 독립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속 시원히 물어볼 곳도 없어 답답해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지금 여성들의 모습과 겹쳐보여서일 것입니다.
그러던 중 한 멤버가 카페 여급에게서 들었다며 ‘미래의 누군가가 도와주러 오는 주술’을 언급합니다. 다들 그런 걸 믿냐며 웃지만 쉬어 갈 겸 기분 전환으로 해보자는 말에 속는 셈 치고 주술을 시도해보게 되는데…
독립 운동이라는 소재가 다른 시간대의 단절된 이야기가 아니라, 은유로서 현대의 여성들에게 연결되는 지점이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다정하고 뭉클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는 이 때에, 과거의 누군가도 같은 고뇌에 빠져 있었을 거라는, 그러나 결국엔 해내고 말았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작품은 그림의 탁월함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제 지인분들도 보자마자 여성을 이렇게 그릴 수 있구나 감탄하셨답니다. 동그란 얼굴, 길쭉한 얼굴, 점, 사시, 턱 밑에 붙인 여드름 스티커까지, 여성들의 제각기 다른 모습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작품이지만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함께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상 치악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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