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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급리스트 1. 유튜브 채널 '보슈', '디폴튜브'

by chiak 2022. 6. 14.

    비급이란 무엇인가?

 

    비급은 B급으로 읽을 수도 있고 祕笈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단어입니다.

    이 연재에서는 취미로 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B급 리뷰어인 제가 퀄리티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 인지도는 살짝 B급인,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콘텐츠를 발굴하여 추천해보려 합니다. 웹툰을 볼 때도 순위권 바닥에 있는 작품으로 모자라 베도를 지나 도전만화까지 파고 들어가서 찾아보던 마이너 감성을 살려 원석 같은 여성콘텐츠를 찾아내 볼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B급이라는 이름만으로 제 자신과 멋진 콘텐츠들을 칭하기는 섭섭하니까 祕笈(비급)이라는 뜻도 넣어보았습니다. 비급은 사전적 의미로는 가장 소중히 보관되는 책이라는 뜻이지만 무협소설에서는 읽는 것만으로 무공이 늘어나는 책을 뜻합니다(출처는 나무위키입니다. 죄송합니다;). 이 ‘비급 리스트’도 무공을 전수하듯 사람에서 사람으로 여성콘텐츠의 이름들이 전달될 수 있는 치트템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의미를 덧붙여보았습니다.

 

 

    보슈 BOSHU WEDIA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저는 요즘 일 끝나고 누워서 유튜브 보는 시간이 제일 짜릿합니다… 늘 새로워…

    공감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그래서 비급 리스트의 1탄은 유튜브 콘텐츠로 준비해보았습니다.

 

 

    보슈는 대전의 여성을 위한 문화기획자 그룹 보슈(BOSHU)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보슈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웹예능으로, 연극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의 (발)연기만 보셔도 이분들의 유잼력이 감이 오실 것입니다. 이 영상을 추천작으로 꼽은 이유는 물론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콘텐츠와 여성의 관계를 존재 자체로 표현하고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서사를 비롯한 여성콘텐츠가 우리가 함께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하고, 여성들을 실제로 연결되게 한다는 것을요.

    ep.1에서 첫 연습이 끝난 뒤 소감을 말할 때 연기를 지도해주신 연극배우 선생님의 말이 저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습을 하면서 안전함, 편안함, 해방감과 같은 감정을 많이 느꼈다고 답한 부분이었는데요. 나를 표현하는 연기 연습을 처음 해본 것도 아니고, 연극을 오랫동안 해오신 분이 편안함과 해방감을 느꼈다는 말을 하니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이 프로젝트가 여성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여성들이 모인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성들이 모였을 때 같은 여성으로서 서로를 의지하고 응원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고, 제가 시청자로서 이 영상에서도 그런 것을 느꼈듯이 참가자들도 그러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성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신뢰를 느끼고 서로를 응원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은 대신 함께 여성 등 약자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식으로 착취 대상을 공유하는 것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집단 의식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들이 이렇게 여성들만의 공동체를 이룰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여적여라느니 하며 여성끼리 모이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해공작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자들은 자기들끼리 놀기 싫어하고(이들이 남중남고공대군대 테크트리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시죠?) 꼭 여자를 끼워서 욕을 하든 성적으로 대상화하든 하며 놀고 싶어하는데, 여자들은 솔직히 남자 없어도 자기들끼리 재밌게 잘 노니까...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찾기 어려웠던 여성 중심의 연극을 만들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각본 속의 여성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무대 뒤에 실제 여성들이 모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여성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게 되면 여성서사가 어떻게 여성들을 연결시키는지 시청자로서 간접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여러가지 여건의 어려움으로 인해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만나지 못할 때, 이러한 여성 콘텐츠가 그 상상력을 만들어줄 구체적인 예시가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급리스트도 여성들이 서로 연결되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으므로 첫 스타트를 이렇게 끊어보았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작년 말, 정말 연극을 올려보자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으나 결국 역병으로 인해 이뤄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최근 연기와 퀴즈를 결합한 웹예능 <진실의 종아 울려라>로 돌아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수!! 이 콘텐츠도 난데없이 호박고구마로 시작하는 만큼(?) 뒤집어지게 재밌으니까 함께 추천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번에는 어떤 플랫폼의 어떤 콘텐츠들을 전해드릴지 발굴하러 이만 떠나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비하인드

원래는 함께 들어갈 내용이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같고 여성 콘텐츠의 의미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강조하고 싶어서 잘라냈던 부분입니다. 여기에 올리면서 덧붙여봅니다.

 

 

    우당탕탕 DIFAULTUBE

    [RXD Project] IZ*ONE - FIESTA DANCE COVER&CHOREO

 

    디폴튜브는 different와 default를 합친 이름의 여성댄스팀 DIFAULT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디폴트 팀은 걸그룹 댄스 등 여성의 춤에서 성적 대상화를 덜어내는 방식으로 안무를 수정해 커버하는 것을 주 활동으로 하고 있는데요,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전설의 레전드로 여겨지는 피에스타 커버&코레오 영상입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그 영상!

    매일매일 댓글창에 출석 도장을 찍게 만들었던 바로 그 영상!

    화면 밖으로 여름 향기가 느껴지는 청량한 영상미와 박력 넘치는 수정된 안무, 그리고 그걸 소화하는 멤버분들의 실력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 요소이지만요, 결정적으로 이 영상의 어떤 점이 충격적이고 전율을 느끼게 했나 하면 역시 3분 55초라는 짧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탈코르셋이 어떤 것인지 시각적으로 바로 전달해줬다는 점입니다.

 

    2020년 여름에 이 영상이 올라올 때에도, 사실은 지금도 탈코에 대한 논의는 뜨겁습니다. 획일적이라느니 여성에게 한 가지 모습을 강요하느니 하는 이야기들이지요.

    하지만 이 영상을 보다보면 깨달을 수 있습니다. 탈코를 한 모습에서는 차림새가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평가하고 판단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을요.

    무엇보다 제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 “여성복”을 입은 모습에서는 멤버들이 구분도 안되고 기억도 잘 안 났습니다. 심지어 평소에 다른 영상으로 얼굴을 많이 봤는데도 영상을 두 번 보고서야 로운님(후반부의 짙은 파란 셔츠)이 전반부에서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더랍니다… 심지어 이걸 쓰기 위해 다시 봤는데 그때 확인했던 걸 까먹어서 다시 로운님을 찾아야 했습니다. 만약 이 추천을 보고 보시는 분이 있다면 짙푸른 셔츠의 로운님이 전반부에선 어떤 모습인지 찾아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완전 윌리를 찾아라가 아니고 로운을 찾아라에요.

    그리고 제가 걸그룹 얼굴을 잘 구분 못하는 게 단순히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해서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성적인 차림”이야말로 비슷비슷하게 유행하는 화장법으로 본래의 얼굴을 가리고 얼마나 획일적인 모습에 여성을 맞춰넣는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디폴튜브 팀은 노래에도 도전하여 <노래왕 선발대회>라는 콘텐츠를 만드는 등,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을 뽐내고 있으니, 앞으로 올라올 영상에도 관심을 가져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분들 춤도 잘 추면서 노래도 잘 하시면 어쩌자는 거지…)

    무엇보다 저는 춤 추는 영상을 보는 걸 참 좋아합니다. 제가 춤을 못 춰서 부러운 마음도 있지만 춤을 추는 모습에서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디폴튜브의 현님과 피에스타 영상에서 콜라보한 로운님의 프롬나우 채널, 행온 채널, 여자댄스팀 채널도 비슷한 댄스 콘텐츠이니까 춤추는 여성들을 좋아한다면 이 채널들도 많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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