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어이가 없는 게 층간소음 심했다고 하면 살인을 해도 인정할 거 같은 분위기가 종종 느껴진다. 층간소음이 그렇게 괴로우면 신고를 하든가 민원을 넣든가 건설사를 고소하든가 정신과를 가시라고요; 어떻게 윗집 사람을 해코지한다가 해결책이 되는 거야. 사람이 살면 소리야 당연히 나는 거고 아파트 천장이 얇으면 소리가 울리는 건 어쩔 수 없는데 그걸 자기한테 일부러 피해를 주려고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니 더 참기 힘들어 하는 거 같다. 이것도 피해의식의 일종일 듯.

이런 소리 하는 것도 대부분 남자일 것 같다. 실제로 층간소음을 이유로 상해나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는 찾아본 바 전부 남성이었다.(19년차 남경과 7개월차 여경 모두 부실대응 했는데 여경만 탓하던 흉기난동 사건도 애초에 층간소음을 빌미로 흉기를 들고 찾아온 40대 남성이 원흉이었다) 문명사회 시민으로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못 배운 것 같아서 이런 인간들이랑 같이 살기가 싫다.
여기에는 학력도 의미가 없다. 대학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페미니즘에 관련된 대자보가 붙으면 그걸 찢어버린다. 여성주의 교지에 압정을 박아놓는다. 대자보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한 문화이다.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자신의 의견을 다른 대자보로 만들어 붙이면 된다. 하다못해 포스트잇을 붙여도 되고, 그조차도 귀찮으면 대자보 위에 직접 써도 된다. 교지 일도 마찬가지다. 여성주의 교지가 그렇게 꼬우면 남성주의 교지, 안티페미 교지라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근데 이 안티페미 남성들은 자기 의견 펼치기 위해 할 줄 아는 게 폭력 밖에 없는 것 같다. 남자를 대학까지 보내서 교육시켜봐야 뭐하나. 자기랑 다른 생각을 보면 설득이나 주장을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찢어서 묵살해버리고 남을 다치게 만드려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범죄나 저지르는데.
이번에 일어난 인천 오피스텔 폭행 사건도 복도에서 택배 뜯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고 해도 시비를 걸지 않고 제대로 부탁했다면 피해자가 자기 택배까지 바닥에 내던지면서 화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설령 피해자가 과민반응 한 거라고 해도 거기서 제대로 된 대응은 둘이서 한 사람을 CCTV까지 가려가며 전치 6주치만큼 때려눕히는 게 아니라 자기들 집으로 돌아가는 거고 그래도 계속 시끄럽게 한다면 경찰에 신고하는 거다. 껀수 잡아서 사람 패놓고 왜 자기들이 당당하지? 신고를 해도 패기 전에 했어야지 팰 거 다 패놓고 경찰에 자기들이 피해자인 척 신고하는 뻔뻔함이 진짜 기가 찬다. 그래놓고 한다는 변명이 "여자인 줄 몰랐다"? 그러면 남자면 패도 된다 뭐 이런 소린가? 자기들이 여자라서 팼으니까 변명이 이런 식으로 나온 거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실랑이를 벌였으면 당연히 목소리를 들었을텐데 계속 여자인 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러나 저러나 여자인 걸 알았으면 여자를 남자 둘이서 그만 큼 팬 범죄자고, 여자인 걸 진짜 몰랐다 해도 남자는 좀 패도 된다고 생각하는 범죄자일 뿐이다. CCTV 영상 딱 봐도 피해자가 남자 둘보다 덩치가 훨씬 작던데 마동석이 거기서 그러고 있었어도 손부터 나갔겠냐고. 고작 잠깐의 소음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누가 그랬지, 남자들은 여자 살인자 이름 외우기 쉬워서 좋겠다고. 남자 살인범은 외우기도 힘들게 더럽게 많은데.
나는 범죄 관련 팟캐스트를 종종 듣는데 생각보다 처음 듣는 사건도 많은 편이다. 들으면서 항상 생각하는 게 왜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이슈가 되지 않은 거지 싶고 그중에 신상공개 되지 않은 사건도 많다. 가령 제목이 "동승살인"이길래 당연히 강호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내가 모르는 김 모씨(신상공개 안됨)였다던지. 여성을 세 명 죽인 연쇄살인범인데 어떻게 신상 공개가 안 된 건지 이해가 안됐다. 비슷한 시기에 10명씩 죽인 흉악범들이 있어서 3명은 많지도 않다 이건가. 이 범인이 소름끼쳤던 건 직장도 멀쩡하게 다니고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도 있었던 사람인데 여성 세 명을 성폭행 후 살해하고 시신 훼손까지 하는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근데 신상공개가 안 돼서 가석방 돼서 나오면 아무도 모르게 멀쩡한 얼굴로 살테지.
한국 남자들은 자기들이 범죄자남 실드치니까 여자들도 여자 범죄자 실드친다고 주장하는데 범죄의 잔혹성보다도 범죄자의 성별에 더 관심 갖는 사회를 지적 안 할 수가 있겠나. 가해자가 여성이고 피해자가 남성이면 더 잔혹한 범죄로 여기기도 하고.

역시 남자들은 여자 살인자 이름 외우기 쉬워서 좋겠다 싶다. 남성 대상 무차별 살인 같은 건 두려워 해본 적도 없겠지 싶고(여성 살인범들은 대부분 가족과 같은 가까운 사람을 살해했다). 보험금이나 원한을 이유로 사람을 살해하는 것도 끔찍하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한테 그저 태어난 성별 하나를 이유로 살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해 남자들은 죽었다 깨나도 체감할 수 없을 것이다. 여자라서 죽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
그리고 남자들은 신기한 게 남자가 남자를 죽였다고 해도 그게 자기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절대 안 하고 살해범을 영웅 취급 하더라는 것이다. 모텔 남직원을 살해한 장대호 사건에서 장대호가 자기가 무시받아서 죽였다고 하니까 그걸 영웅 취급하는 인간들이 많아서 충격적이었는데, PC방 살인사건의 김성수에 대해서도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연민하는 사람도 많았다.(혹시 여자들은 너네를 충분히 많이 죽이지 않아서 존중하지 않는 거야?) 수틀린다고 아무나 패고 죽일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자기도 언제든 그런 식으로 맞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걸까? 어떻게 항상 자기가 칼자루를 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지들만 칼자루를 쥘 수 있는 줄 아는 건가 싶다. 칼 끝이 자기들을 향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절대 못 하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얘들 세계관에선 폭행을 당하고 살해를 당해도 우선적으로 그럴만한 이유(예: 층간소음)가 있었을 것이라고 여기고 이유가 있으면 폭력과 살인도 정당화되는 줄 안다. 그리고 본인들은 이유가 없으니 단죄자의 위치에만 머무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해에는 이유가 필요 없고 있다고 해서 정당화되지도 않는데. 그리고 솔직히 본인들도 그렇게 모두에게 선량하고 미움 받지 않는 사람이었을 거 같지는 않은데ㅎㅎㅎ 다들 살인은 안 된다는 걸 아는 상식인이니까 참아준 거지...
남자들은 유해한 남자 문화를 만들면서 자기가 피해자가 될 거라는 생각은 코딱지만큼도 안 한다. 하지만 그게 다 자기한테도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을 왜 모를까? 맨날 군대 욕은 하면서 그게 남자들 본인들이 만든 문화라는 건 모르는 것 같다. 자기가 아닌 다른 약자들이 피해 입을 때는 좋다고 즐거워했겠지. 똥탕을 만들면서 놀면 자기한테도 그 똥물이 튄다는 것도 모르고.
아무튼 역시... 칼을 들고 다니는 게 정답인 듯. 칼 끝이 자신을 향해야만 존중을 하겠다는데 맞춰줘야지 어쩌겠어. 여자들이 할 줄 몰라서 니들을 찌르고 다니지 않는 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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